백승분의 수필집 ‘소리길을 따라서’에는 사람냄새가 물씬 난다. 모든 이야기가 내 이야기이고 가족과 이웃의 마음이다. 희로애락을 공유하며 티 나지 않게 마음의 손수건을 슬쩍 내민다. 때로는 독자에게 물음표를 던진다. 너나없이 팍팍한 삶에 주저앉지 말고 살아가야 할 이유가 또랑또랑한 눈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차마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상처도 보듬는다. 글 속에 빠져 들다 보면 독자 스스로 처방을 내리게 된다.
평범한 일상에서 체험으로 터득한 깨달음의 지혜가 빛난다. 소소한 일상의 의미가 가슴 뭉클하다. 추운 겨울날 목을 감싸는 털목도리가 되고 흰 눈 속에서도 싹을 틔우는 씨앗이 된다. 꼭 닫힌 마음의 문이 빼꼼히 열리고 메마른 가슴이 촉촉이 젖는다.
중간중간 생경하면서도 고운 우리말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장롱 속 깊숙이 넣어 놓아 잊고 있었던 보석을 다시 찾은 기분이 든다. 읽을수록 맛이 나는 우리말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가 된다.
낮고 작아서 금방 눈에 띄지 않는 풀꽃처럼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세세한 일상의 깨달음을 짚어내는 예리한 마음 씀씀이가 독자로 하여금 미소를 머금게 한다. 처진 어깨를 감싸주고 진득하지 못하고 자글거리는 마음을 달랜다. 어느 스님의 법문을 듣는 듯 잔잔한 이야기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작가의 세계에 빠져들어 웃고 울다 보면 어느새 한결 밝아진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