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수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말려 올라간 셔츠 아래로 드러난 허리께의 제 이름을 바라보고 있었다.
날 때부터 몸에 새겨진 너의 이름.
지울 수 없는, 낙인.
운명의 상대의 이름, 연명(緣名)이 몸에 새겨져있는 세상. 여진의 허리춤에 새겨진 연명의 상대는 엄마 친구의 아들, 현수였다. 그렇기에 여진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인연이 현수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현수는 여진에게 쌀쌀맞기만 하다.
한 여자의 이름을 몸에 새긴 두 남자.
‘인연’과 ‘연인’의 사이에 선 한 여자.
여진의 이름을 연명으로 가지고 있는 태형은 항상 그녀의 곁에 머물며 결국 고백을 하기에 이르고, 여진의 먼발치에서 그녀를 바라보던 현수는 여진과 태형이 가까워짐을 알고 조금씩 변해 가는데…….
여진은 자신의 이름을 몸에 지닌 태형과, 그녀의 몸에 새겨진 현수의 사이에서 혼란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