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퇴색하는 일상의 풍경 속에서, 삶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다”
인생은 언젠가는 색이 바랜다. 시기의 차이일 뿐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점점 선명한 빛을 잃어가는 일상은 때론 견딜 수 없는 슬픔과 고통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잊지 말아야 할 건 이 세상에 하나의 생명으로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이미 커다란 축복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삶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어떠한 시련이 있더라도,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어둠 속에 있더라도 삶은 아름답게 빛난다. 시詩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많이 사그라진 요즘이지만 끊임없이 삶의 아름다움에 대해 노래하는 시인들이 이 세상 어디에선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최우진 시인 역시 그런 시인 중 한 사람이다. 시집 『자시와 축시 사이』는 저자의 두 번째 시집으로서 ‘연애, 인생, 존재, 믿음’이라는 네 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소소한 일상에서 비롯되는 삶의 웅숭깊은 깨달음을 전한다. 저자 자신이면서 동시에 타자他者인 듯한 교차적 시각을 통해 우리의 삶 내내 끊임없이 맞물리는 인간과 인간, 사물과 인간 사이의 현상을 아름답게 그려 낸다. 기호의 난해한 해석이 아닌, 서정의 참된 음미를 느끼게 하는 시집으로 힘겨운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한 조각 따뜻한 온기로 다가온다.
일상에 새로운 빛을 채색하는 일을 게을리한다면 삶은 곧 퇴색하고 만다. 특히 현대인의 삶이 더욱 그렇다. 바쁘다는 핑계로 삶을 아름답게 가꿀 여유도, 능력도 없다며 그저 앞만 바라보며 살아간다. 그리고는 잿빛 하늘 아래 홀로 선 자신의 우울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아주 잠깐이라도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작업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삶은 원래부터 아름다웠으며 끊임없이 영롱하게 빛날 것임을 깨닫는 데는 하루에 단 일 분이면 충분하다. 시 한 편을 읽는 ‘일 분’의 시간. 선연하게 다가올 삶의 희열, 그 시작을 시집 『자시와 축시 사이』와 함께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