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기계에 카드를 넣자 선택 버튼이 떴다. 예금인출, 금액 300,000원, 확인, 인출금액 300,000원, 잔액 1,000,230,000원. 계속하시겠습니까? 화면을 들여다보던 유성수가 움찔했다. 잔액이 너무 많다! 2자 위에 동그라미가 세 개나 더 찍혀 있었다. 행운의 여신이 게임 테이블 위로 납신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ATM기계에서 잭팟이 터진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유성수는 카드를 뽑아 다시 읽혔다. 다시 표시된 잔액에도 그대로 2자 위에 0이 세 개 더 찍혀 있다.
……
유성수는 휴게실로 되돌아갔다. 느긋하게 담배를 한 대 피워 물고 스마트폰으로 한강은행 계좌를 열었다. 누가 이런 고마운 실수를 했는지 확인해 두려는 것이다. 입금자는 ‘뇌과학재단’이다. 유성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