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드라마 같은 리셋라이프를 위한
“여전히 비상을 꿈꾸는
어른들의 터닝포인트”
의학드라마 <하얀거탑>으로 대한민국 의학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었던 이기원 작가가 인간냄새가 물씬 풍기는 에세이를 들고 우리 앞에 섰다. 생각지 않았던 인생의 모퉁이에서 흔들리고 비틀거리면서도 그의 길을 제대로 찾아가는 진솔한 모습을 글쟁이가 아닌 인간 이기원의 목소리로 담담하게 고백한다.
아무렇지도 않은 보통날, 갑작스레 배낭을 꾸려 낯선 곳으로 떠난다는 상상만으로도 설레는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일상이다. 곧게 뻗어있다고 생각한 자신의 길에 모퉁이가 나왔을 때, 한 번쯤은 “그래, 내게도 휴식이 필요해”라고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결과가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실패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대신 지금의 ‘나’를 지탱해온 자신에게 위로의 선물을 해보라. 오늘의 나는 결과에 상관없이 지나온 시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 『길 위에 내가 있었다』는 인생에도 마음에도 위기가 찾아오는 순간, 스스로를 위로할 권리를 부여하는 권리장전이다.
참을 수 없는 삶의 무게를 바람결에 날려 보내고 싶을 때…,
다시 한 번 힘내 걸어갈 용기를 얻고 싶을 때…,
떠나자, 생의 나침반이 될 ‘위대한 생고생’의 길로.
길 위에서 나는 또 다른 나를 깨웠다.
길 위에서 나는 진정한 나를 만났다.
“길 위에 시간이 펼쳐지고 시간 속으로 길들이 이어진다”
일상에 찌든 저자는 그저 산티아고를 무슨 ‘낭만적인 낙원’쯤인 것처럼 생각하고, 현재의 지옥 같은 일상에서 탈출해 그곳으로 떠나고 싶어 했다. 그가 알고 있던 얄팍한 정보로 산티아고는, 새로운 나를 만나기 위한 일종의 소도(蘇塗)였다. 현실의 모퉁이에 채인 몸을 안온하게 감싸줄 그런 장소를 골라 허약해진 자신을 보호해야겠다는 일종의 보약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온몸으로 마주한 산티아고는 그에게 또 다른 길을 보여줬다. 인생이라는 긴 길 위에서 모퉁이가 나왔을 때, 잠시라도 나를 위로하고 싶을 때, 길 위에 자신을 풀어놓아라. 그 길 위의 시간 속에서 진정한 나와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다.
“누군가 묻는다
여행은 너에게 무엇을 남겨주었냐고
나는 그냥 웃는다”
영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에서 “우리 아바나에 갈까?”라는 대사를 읊조리고, 바로 옆집에 마실 가듯 쿠바로 향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열정과 청춘을 담보하는 무언가를 느끼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아, 나도 저렇게 훌쩍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있었더라면…’ 하고 미혹을 남기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 아닐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고 있는 내 모습을 마주한 순간, 못 견디고 가방을 싸서 어디든 떠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도를 펼쳐보거나, 언젠가 영화에서 본 한 장면처럼 다트를 던져 목적지를 정하는 그런 모습을 꿈꾸지 않는가.
지금 이 순간, 용기를 내어 가방을 싸고, 이전과는 다른 목적지를 향해 떠난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가 있다. 어떤 길을 가든 때때로 만족감을 맛볼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 즐거운 동행이든, 맛있는 음식이든, 나를 반겨주는 새로운 길이든 상관없지만 길을 떠나는 나를 위로해줄 ‘무엇’이 함께해야 한다. 늘 고통과 좌절만 겪는다면 계속 그 길을 걷는 게 어려울 것이다. 작은 일이라도 그 일에 성공하고 기뻐할 수 있는 것이 생긴다면 길을 걷는 데 활력소가 될 것이다. 작으나마 그 일에서 성공을 거두고, 그것으로 인해 만족감을 느끼고, 이런 체험이 쌓이면서 비로소 그 길이 자신의 길로 여겨지며 계속 걸을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당신은 희망과 맞닿은 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 눈앞에 걸어야 할 길과 만나야 할 시간들이 펼쳐져 있는 사실만으로 삶을 걷는 여행자는 충분히 행복하다.
“나에게 할당된 인생의 무게를 지고 길을 떠나다”
랄프 왈도 에머슨의 “유일한 선물은 너 자신의 일부이다. 그래서 시인은 자신의 시를 바치고 양치기는 어린 양을, 농부는 곡식을, 광부는 보석을, 사공은 산호와 조가비를, 화가는 자신의 그림을, 그리고 처녀는 자기가 바느질한 손수건을 선물한다”라는 명언처럼, 길 위에 선 작가는 자신의 글을 선물로 가지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