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후…그 나쁜 놈……. 지가 나한테 어떻게 그래. 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 이시후. 그치, 건우야? 나쁜 놈 맞지?”
벌써 9년째 듣고 있는 똑같은 패턴의 질문. 그의 등에 폭 기대 중얼거리듯 짜증내는 소희였다. 건우는 곧바로 대답을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아니면 대답을 들을 때까지 집요하게 같은 질문을 할 소희라는 걸, 또 그 대답 뒤에 올 대사까지도 모두 외우고 있는 건우다.
“응. 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 이시후 맞아.”
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한 건우는 그녀의 다음 대사를 기다리며 또다시 작은 한숨을 내뱉는다.
“야! 최건우, 네가 뭔데 우리 시후한테 나쁜 놈이라는 거야? 네가 뭔데…….”
“미안, 이시후 나쁜 놈 아니야.”
“아니야…… 이시후 나쁜 놈이야. 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 이시후. 그치, 건우야? 나쁜 놈 맞지?”
시후와 헤어지고 난 후면 항상 있는 소희의 단골 술주정이다. 이 대화가 세 번 정도 오고 갈 때쯤 소희는 건우의 등에서 픽 쓰러져 잠이 들곤 했다. 오늘도 여전히.
“세상에서 제일 나쁜 기집애.”
건우가 나지막이 중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