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역시 잘못 들었나.”
원이 한숨 돌리며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려 손을 뻗자, 누군가가 그녀의 입을 막으며 뒤에서 덮쳤다.
“으!”
그녀는 소리를 질렀지만 자신의 입을 막은 상대의 손에 의해 허공에서 흩뿌려졌다.
“조용히 해.”
그가 말했다. 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상대를 제압하고 싶었지만 그럴 힘이 나지 않았다. 그동안 임무를 수행하면서 얼마나 많은 남자들을 만나고 대련하고 했던가. 얼마나 많은 운동을 하고 싸움을 했던가. 비상사태도 많았고 이런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지금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멋대로 굳어서는 움직이지도 못했다. 게다가 남자의 힘이 어찌나 센지 쉽게 뿌리치지 못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원의 등 뒤로 단단한 그의 근육들이 느껴졌다.
“너 말이야.”
“…….”
“오늘 일, 입 뻥긋하기만 해봐. 진짜 가만 안 둬.”
낯익은 목소리와 뭔가 익숙한 체취. 비록 어제 하루만 봤어도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그는 박태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