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고 있는 미국의 실체를 그간의 환율정책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라 했다. 달러는 외환시장에서의 수급 결과와 금리기조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것처럼 보인다. 단기적으로 볼 때는 일견 맞는 말이다. 또한 유럽의 재정위기와 일본의 경기침체 우려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약 달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고 전망할 수도 있다. 중기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달러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저 깊숙한 속내는 시종일관 ‘약 달러 정책’이었다. 그래야 빚 탕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 간의 미국의 환율정책 역사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약 달러 정책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알게 모르게 화폐 발행을 늘려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는 인플레이션이 그 하나요. 다른 하나는 아예 드러내놓고 평가절하 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미국의 고민은 있다. 미국은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위상을 지키기 위하여 동시에 강 달러를 지향한다. 여기서 강 달러란 돈의 실질가치가 높아서가 아니라 국제 결재통화로서 강한 지배력을 뜻한다. 따라서 미국은 국내 재정정책상의 약 달러정책과 국제 기축통화로서의 강 달러정책을 동시에 유지해야 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 이 모순된 딜레마를 가능한 눈치 채지 못하도록 끌고 나가는 과정이 ‘교묘한 달러 곡예의 역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