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흔들거리며

흔들리며 흔들거리며

  • 자 :탁현민
  • 출판사 :미래를소유한사람들
  • 출판년 :2013-06-04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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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흔들릴 때 흔들리겠다. 떨며 전율하겠다

_좌절하고 절망하면서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그 남자의 민낯




자칭, 타칭 ‘불세출의 연출가’인 그 남자는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의 한복판에 있었다. 하지만 연출가로서 익숙했던 캔버스인 무대 위의 작품과 아스팔트 위의 민심은 너무도 달랐다. 그 남자는 좌절했고, 뉴욕, 파리, 모그바티스를 떠돌았다. 상처 입은 날개가 채 아물기도 전에 그 남자는 잊기 위해 쫓기듯 떠난 서울로 다시 돌아왔다. 이 글은 길에서 얻은 상처를 길을 걸으며 치유 받은 그 여행의 기록이다.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여행기는 절대 아니다.



‘나는 떨고 싶었다. 좌절과 절망의 이야기들을 쓰고 싶었다. 냉소와 무지, 다시는 주어지지 않을 것 같은 미래의 두려움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졌다고 이야기하고 싶었고, 그래서 흔들린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그 남자는 모든 이유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떠났고, 길 위에서 상처 입은 몸과 마음, 생각들이 치유되는 경험을 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공연, 나는꼼수다 등을 연출하며 정치적인 선택이 밥벌이에 구체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은 지난 5년의 세월을 통해 뼈저리게 알고 있었던 그 남자지만, 정치적인 패배가 이처럼 완벽하게 자신을 무기력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 남자는 바보 같았고, 바보가 되었다. 자신의 작품에 시대와, 사회와, 정치를 담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믿었다가 현실 정치에서의 성패가 자신의 예술적 희비와 같이 간다는 것을 더디게 깨달은 것이다.



‘북극을 가리키는 나침은 무엇이 두려운지 항상 여윈 바늘 끝을 떨고 있습니다. 여윈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우리는 그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도 좋습니다. 그러나 그 바늘 끝이 전율을 멈추고 어느 한쪽에 고정될 때 우리는 그것을 버려야 합니다. 이미 나침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남자가 평생의 은사로 모시는 ‘우리 시대의 현인’ 신영복 선생의 말이다. 나침이 전율을 멈추는 순간 더 이상 나침반이 아니다. 사람들은 ‘절망에 관한 이야기와 좌절에 대한 고백이 무슨 소용이냐?’고 묻는다. 소용없다. 쓸모없고, 쓸 데 없다. 그 남자도 그걸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묶어 책으로 내는 이유는 하나다. 좌절과 절망, 의심과 회의가 나침을 떨게 만들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침은 고정되지 않으며 여전히 정확한 방향을 일러주는 그런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 그것이 전부다.

그 남자는 길 위에서 ‘절망’을 듣고 싶었다. 도저히 어쩌지 못하는 ‘포기’를 읽고 싶었다. 단호한 메시지와 희망의 노래에 지쳤고, 그것이 가리키는 방향의 완고함에 기진맥진했다. 왜 존 레논은 자기가 꿈꾸는 세계가 오지 않음을 노래하지 않았던 걸까? 왜 조지 오웰은 당대는 물론 후대에도 실현되기 어려울 사회민주주의의 요원함에 대해 쓰지 않았던 걸까? 그들의 바늘은 왜 단단히 고정되어 있는 걸까? 왜 미세하게라도 떨고 있지 않는 걸까?

그 남자는 좌절과 절망의 이야기들을 쓰고 싶었고, 냉소와 무지, 다시는 주어지지 않을 것 같은 미래의 두려움을 이야기하고 싶었고, 졌다고 이야기하고 싶었고, 그래서 흔들린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 남자는 떨고 싶었던 것이다. 전율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남자에게 필요한 것은 상처가 푹푹 썩으면서 익어가는 발효의 시간



이 책은 갑자기 방향을 잃은 한 중년 남자의 서글픔과, 덜떨어진 장기 여행자의 좌충우돌 에피소드와, 정치적 절망과 그것에 대한 회한 사이를 왕복하고 있다.

가끔은 기운 차린 듯 보이고, 대부분은 어쩌지도 못하는 넋두리를 늘어놓고 있다. 남 탓과 내 탓 사이 어디쯤에서 죽고 싶다와 그래도 살아야지를 무한 반복하며 미친놈처럼 혹은 미친년처럼 악을 쓰기도 하는 그 남자의 모습이 상상이나 가는지. 그러다가 갑자기 ‘그래봐야 별 수 없잖아’하며 갑자기 달관한 척을 하기도 하는. 이렇듯 무력해진 그 남자의 마음속에는 지금도 늘 미친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 남자에게 지금 이 시간과 이 책은 상처가 푹푹 썩으면서 익어가는 ‘발효의 시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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