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낮은 곳에서 살아가는, 아주 착한 사람들의 물빛 채색화!
이우근 산문집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아무도 죽지 않는다>는 삶의 여행의 기록이다.
우리가 눈여겨 보지 않으면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사람들 혹은 이 땅의 모든 음지의 사람들, 그들로 하여 생성되는 양지의 삶을 지탱해 줄 순박하고 투박하지만 거리낌없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누가 입신양명을 꿈꾸지 않았을까만 생활에 채이고 쫓기다 젊은 날 꿈꾸었던 목표의 쟁취의 기회를 놓쳤다 하더라도 그 나름의 방법으로 오롯이 자신만의 삶의 횃불을 높이 들고 달려가는 대다수의 선남선녀들, 그 남부여대의 지난한 삶이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숨은 그림자들이 아니었을까, 저자의 시선은 거기에 꽂힌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볼 때,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으면 그 사람의 인생은 절반의 성공이라 감히 말하며 치켜세워도 좋을 만큼 우리는 무수한 경쟁의 악다구니 속에서 살았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과연 성공의 개념은 무엇을 두고 그것이라 할 수 있을까? 굳이 자족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들꽃처럼 이 지상에서 서로 흩어져서 작은 별처럼 빛나는 무수한 인간 군상들의 낮게 빛나는 소박한 자태를 우리는 수도 없이 목격할 수 있다.
작은 관심이라도 가질 열린 마음만 있다면 그들의 그 낮은 목소리 속의 치열한 열기, 작지만 일가를 이루고 사회적 가치에 이바지하는 진정한 거인들의 삶의 태도를 정확하게 읽어 내어 어려운 세상을 건너가는 예쁜 징검다리 하나의 교훈을 캐낼 수 있을 것이다.
젊은 날의 치기와 방종, 냉소, 방황의 캐캐묵은 열병을 뒤돌아보면서, 참회하지 않을 수 없었던 시간들에 대한 냉엄한 반성으로서의 고백이 잔잔하게 책을 관통하고 있다.
저자의 좌우명이 ‘조고각하(照顧脚下)’임이 새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