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를 읽다

삼국지를 읽다

  • 자 :여사면
  • 출판사 :유유
  • 출판년 :2013-03-19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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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오래된 역사학자와의 첫 만남



전목錢穆·진인각陳寅恪·진원陳垣과 함께 중국 근대 4대 역사학자 중 한 사람인 여사면의 유일한 대중교양서를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한다. 이 책 『삼국지를 읽다』(원제三國史話)는 여사면이 쓴 책 중 가장 대중적인 역사교양서이자 처음 번역, 소개되는 그의 저서이다.

중국 전체 역사의 판도를 지도에 망라한 『중국역사지도집』(中國歷史地圖集) 작업으로 유명한 담기양(譚其?, 탄치샹) 교수는 여사면 탄생 100주년 기념회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역사학(史)의 유명 학자로서 경(經), 자(子), 집(集) 3부에 통했을 뿐 아니라 셀 수 없이 많은 글을 썼다. 박람강기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으니 나는 그만 한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담기양 교수의 말은 허튼소리가 아니다. 학자 한 사람이 2권의 통사, 5권의 단대사, 5권의 분야사, 그 밖에도 십여 종의 저술을 했다는 것은 확실히 세상에 보기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이토록 많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당연히 전문적인 사학 연구의 범위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여사면은 역사지식의 보급을 매우 중시하였다. 그가 쓴 『백화본국

사』(白話本國史)만 해도 어려운 고문이 아니라 중국 일반 시민이 읽을 수 있는 현대중국어(白話)로 쓰인 첫 통사이다. 이 책은 1920~1940년에 중국에서 가장 많이 읽힌 통사로서 여러 차례 쇄를 거듭했고 사회적으로 미친 영향도 엄청났다. 이에 대해 저명 사학자 고힐강(顧?剛, 구제강)은 다음과 같이 평했다.

“중국 통사를 지을 때 가장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사실만 갖다 엮어놓을 뿐 관점이 부족하여 단조롭기가 그지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사면은 이를 거울삼아 풍부한 역사지식과 유려한 글로 통사를 집필함으로써 통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다소 소략한 부분도 있지만 결코 놓치지 말고 꼭 읽어야 할 책이다.”

『백화본국사』의 상업적 성공은 좋은 학술서와 대중교양서가 반드시 상충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 좋은 사례이다.

여사면은 역사학자의 책무에 관한 자신의 소견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역사란 이성과 감성에 의해 비롯되지만 옛사람들은 주관과 객관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해지는 사실들이 종종 모호해지는 경우가 있고, 심지어 역사의 진실이 완전히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더욱이 신화전설이나 의도적으로 꾸며낸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재미를 느끼게 되고 그것이 널리 퍼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허구나 왜곡된 역사의 진실로 사람들이 어떻게 귀감을 삼겠는가? 따라서 역사 사실의 진실을 탐구하고 이를 일반인에게 보급하는 일은 역사 연구자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라 할 것이다.”





의고파 역사학자가 다시 읽은 『삼국지』



『삼국지』(『삼국연의』)의 힘은 여전하다. 새로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삼국지』는 다시 번역되고 읽히고 회자된다. 소설만이 아니라 만화와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 드라마로 변신을 거듭하면서 오래된 이야기의 저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시대와 세대를 불문하고 새로운 팬과 마니아를 만들어낸다.

『삼국지』는 처음에 거리에서 듣는 이야기일 때부터 문자화되었을 때나 우리나라에서 창(唱)이 되었을 때도 변함없는 인기를 누렸다. 실제 중국 역사에서 얼마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속에 명멸해간 수많은 인물을 담은 이 드라마에는 인간의 오욕칠정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독자는 국적과 시대를 뛰어넘어 이야기에 공감하고 인물을 이해한다. 그래서 이야기의 힘은 무섭다.

청대의 사학자 장학성(章學誠)이 “7할이 사실이고 3할이 허구”라고 평했던 것처럼『삼국지』는 허구와 사실이 절묘하게 결합된 작품이라 많은 독자가 소설 내용을 역사적 사실로 오해한다. 덕분에 대중에게 사실을 알리기 위한 여러 저자의 글이 세상에 나왔다. 『삼국지』에 대한 재해석은 역사 사실뿐 아니라 등장인물에게도 이어져, 유비·관우·장비부터 제갈량과 사마의, 거기에 강유, 종회나 법정 같은 인물도 붓끝을 피하지 못했다.

새롭게 해석된 『삼국지』에서 가장 대우가 달라진 인물은 아마 조조일 것이다. 소설에서 잔혹하고 교활한 간웅의 이미지로 각인된 조조는 현대에 이르러 재조명을 받았고, 그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소설의 내용과 비교하거나 인물상을 다시 그려보는 시도가 이어졌다. 지금에 이르면, 오히려 뛰어난 전략가이자 경영인으로 추앙받기도 한다.

조조에 대한 이런 새로운 해석에 새로운 지평을 연 인물이 이 책 『삼국지를 읽다』의 저자 여사면이다. 역사학자 여사면은 『고사변』(古史辯)으로 대표되는 의고파(擬古派)의 한 사람으로, 옛것을 무조건 받아들이고 답습하기를 거부하고 과거의 문헌을 고증해 진실을 찾아내고자 하는 학자 중 하나였다. 그는 『삼국지』에 대한 기존의 관점을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문헌을 바탕으로 새롭게 자기의 견해를 피력했다. 이 『삼국지를 읽다』는 그의 이러한 관점을 요령 있게 잘 담아낸 책이다.

통상 조조에 대한 평가를 언급할 때면 “치세의 능신, 난세의 간웅”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조조는 지략이 많고 원대한 뜻을 가졌으며 때를 보고 행동할 줄 알고 용병에 능하지만, 도덕관념이 부족하고 행위에 구애받지 않으며 군신의 대의를 가벼이 여기는 사람으로 흔히 여겨진다. 그런 그에 대해 여사면은 조조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도겸을 공격한 일이나 원소와의 관도대전에서 이기게 된 까닭, 진궁이 조조를 떠나게 된 원인이었던 여백사 가족 몰살 사건, 유명한 의대조 사건 등에 대해 여러 가지 관련 자료를 인용해 기존에 독자들이 알고 있던 내용이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반박한다. 여사면이 본 조조는 한 왕조에 집착한 충성스러운 신하이자 솔직한 사람이었다. 그에 대한 증거로, 여사면은 조조가 건안 15년 12월에 내린 포고령을 예로 들고 차근차근 짚어 내려간다(「조조를 위한 변명」).

여사면은 꼼꼼한 자료 분석과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삼국지』의 핵심 내용과 인물에 대해 언급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가장 큰 미덕은 알 수 없는 것은 알 수 없다고 말하는 정직함과 역사를 보는 관점이다.

의고파답게 상식으로 알려진 역사 사실을 의심하고 각종 자료를 뒤져 진실에 천착하면서도, 여사면은 상상력은 펼치되 억지를 쓰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까지 짐작할 수는 있지만 알 수는 없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또한 문헌을 자료로 쓰면서도 사실 여부가 의심스러우면 반드시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덧붙여 독자의 경계심을 자극한다. 여사면이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도 이런 것이다. “역사에서 전하는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되고, 자신만의 시각과 관점으로 그것을 대해야 한다.”

여사면은 『삼국지』를 간결한 어조로 ‘다시’ 읽는다. 후한의 멸망을 불러온 환관과 외척에 대한 정밀한 정의로 시작해, 진 왕조 시기의 사치까지 각종 문헌을 오가며 자신만의 시선으로 한 시대를 훑어 내리는 것이다. 그의 이런 관점은 이후 학자들에게도 전해져 『삼국지』가 재해석될 때마다 인용되곤 했다. 근간에 『삼국지』 다시 읽기 열풍을 불러일으킨 이중톈의 『삼국지 강의』에서도 여사면의 논조는 자주 발견된다. 『삼국지』를 재해석하고자 할 때 피해갈 수 없는 책이라는 점에서, 여사면의 『삼국지를 읽다』는 고전이라 할 수 있다.

『삼국지』를 읽고 좀 더 깊이 있는 내용을 알고 싶어 하는 독자에게 이 많지 않은 분량의 『삼국지를 읽다』는 『삼국지』 자체에 대한 새로운 안목과 역사를 어떤 식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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