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길들여짐의 현실 안에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무언가를 해야 하고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순응적 복종’이나 ‘망상적 체념’이 아니라 ‘텅 비워지는 철학함’이다.
‘텅 비워지는 철학함’은 이내 한 편의 시로서 지어진다. 이는 아무리 방대하며 난해한 철학텍스트일지라도 정작 그것이 독자에게 불러일으키는 공감(공명)은 낱말 하나 문장 하나에서 비롯하는 원리와 다르지 않다.
한 편의 시로서의 철학에 있어, 철학함은 시를 지어내듯 해야 하고 철학텍스트 읽기는 시집을 읽어 내듯 해야 한다. 그 역도 마찬가지다. 시 짓기는 철학하듯 해야 하고 시집 읽기는 철학텍스트를 읽어 내듯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