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현대도시의 삶을 관통하는 아홉 편의 중단편을 담은 김미진의 첫 소설집. <모짜르트가 살아 있다면>으로 등단한 후, 13년 만에 펴내는 이번 소설집에는 인생살이에 얽힌 선명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작가는 낯선 공간에 홀로 내팽개쳐짐으로써 두려움만 가득 지닌 채 하릴없이 기다리는 것으로밖에는 대응할 수 없었던 여자의 이야기인 표제작 <그녀는 안개와 함께 왔다>를 통해 희뿌연 안개 속을 배회하는 외로운 인간들의 몸부림을 효과적으로 끄집어낸다.
표제작을 비롯해, 현실의 미로에 갇힌 한 여자의 불확실한 희망과 정신적 혼돈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7시 오후의 불가사의한 미로>, 끝없이 뭔가를 먹어대면서 망원경으로 남의 모습만 염탐하며 자신만의 세계에 고립된 채로 살아가는 <코끼리 아줌마>, 어디론가 돌진하듯 달려가 머리를 부딪쳐야만 자신의 존재 의미를 발견하는 남자가 등장하는 <춤추는 북어> 등이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