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인 사랑의 사계'라는 부제를 달고 계절마다 한 권씩 출간될 예정인 시리즈 중 그 두 번째, 봄편인《당신은 내 첫사랑의 부임지입니다》가 자음과모음에서 출간되었다. 지난해 겨울, 사랑을 잃은 사람들의 그리움, 기다림과 상실감 등 사랑과 이별 와중에 겪은 모든 열병 같은 감정들을 보석처럼 빛나는 언어들로 엮어낸《눈꽃 편지》에 이은《당신은 내 첫사랑의 부임지입니다》에는 사랑을 시작하는 설렘, 기대, 떨림, 그리고 거기에 따른 낯선 행복, 불안함 등을 담은 김하인만의 언어로 가득 차 있다. 시의 장점과 산문의 장점을 취해, 시이면서 산문인 스냅사진 같은 언어들로 엮은 110여 편의 짧은 글들은 한편한편이 시화처럼 그려져 있다. 이 봄,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에게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다.
눈처럼 당신 내게 왔듯 꽃처럼 내게 다시 오십시오
봄입니다.
초임교사가 먼 시골 초등학교로 발령받아 가는 마음으로 당신과 저, 싹트는 사랑을 향해 가야 합니다. 낡은 버스 툴툴거리듯 앞으로 우리 사랑 많이도 덜컹거리고 멈춰서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만난 이상 잎 피는 사랑으로 가야 합니다.
당신은 내 첫사랑의 부임지입니다.
정직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봄과 함께 나란히 앉아 꽃 피듯 왜 당신을 향해 내 사랑이 피어나는지 배워보겠습니다. 당신 살아온 길을 통해 내가 어떻게 해야 당신을 밝고 환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내 마음 남몰래 밤새워 가르쳐보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제 삶이 끝날 때까지
당신을 배우고 싶습니다.
- <첫 사랑의 부임지>
이 책에서 작가는 봄날 아련한 아지랑이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사랑, 그렇게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서정적이며 담백한 언어로 대신 고백해 주고 있다. 사랑을 이루는 것은 긴 기다림 끝에 꽃을 피워내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 향기에 취해 있다 보면 어느새 꽃은 져버리고 외로움과 절망감, 그리움만 남겨준다. 모든 것이 너무 밝고 환해서, 때문에 너무 행복해서 불안하기까지 한 봄 같은 사랑이지만 김하인이라는 재능 있는 작가는 그 밝음을 더 환하게 하고, 그 불안과 그리움을 따뜻한 시어로 어루만져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