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침대

그 여자의 침대

  • 자 :박현욱
  • 출판사 :문학동네
  • 출판년 :2011-08-24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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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의 작가 박현욱 첫 소설집!



2001년 제6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동정 없는 세상』,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아내가 결혼했다』로 독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작가 박현욱이 그간 여러 문예지에 발표한 여덟 편의 옹골찬 단편들을 한데 묶었다. 등단작 『동정 없는 세상』에서 섹스에 대한 욕망과 환상에 빠져 있는 십대 소년의 이야기를 적절한 디테일을 갖추면서도 쾌활한 템포로 풀어낸 작가는, 등단 후 팔 년 만에 나온 첫 창작집 『그 여자의 침대』에서 예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적절히 뒤섞어 재미와 흡인력을 갖춘 특유의 ‘박현욱식 연애담’을 통해 그가 걸출한 이야기꾼임을 다시 한번 유감없이 보여준다.





바라는 바가 많지 않다면, 행복 따위는 기대하지 않는다면,

혼자 사는 것보다 결혼하는 것이 낫다!




박현욱 소설의 기본적인 구도는 남녀간의 애정관계이다. 그러나 그것은 분홍빛의 달콤한 연애가 아니라 대체로 어긋나거나 균열을 보이는 불안한 구도에서 출발한다.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물들은 타인과 거리를 두고 혼자만의 공간으로 도피하기도 하는데 아무리 높은 벽을 쌓는다고 해도 타인과 완전히 단절될 수는 없다. 타인의 시선은 늘 ‘나’와 어긋나지만, 타인과 ‘나’는 그 어긋남이라는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어이 바꾸고야 말았구나.”

사라진 이십 센티미터의 폭은 남자의 공간이었다. 여자는 남자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그러나 넓은 침대로 인한 불안감이 더 컸다. 침대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나중에 줄어든다 해도 그때까지 견디지 못할 것이다.(「그 여자의 침대」, 27쪽)

이 여자의 욕심은 도대체 끝이 없다. 내가 양보를 하면 자기도 조금은 양보를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욕심대로 하자면 나도 이십 년 가까이 살았던 동네를 결코 떠나고 싶지 않단 말이다. 심사가 꼬이기 시작했다. 안 될 건 또 뭐야. 아내의 목소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링 마이 벨」, 197쪽)



이렇듯 주인공들이 노력하는 것은 무관심의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타인과 절연하는 일이다. 그러나 완전한 단절과 외면은 불가능하다. 관계맺기의 중요성은 다른 작품에서 역시 중요한 모티프로 반복된다.



결혼에 실패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모두 행복한 결혼을 꿈꾸었다. 그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바라는 바가 많지 않다면, 그러니까 행복 따위는 기대하지 않는다면 혼자 사는 것보다 결혼하는 것이 낫다.(「생명의 전화」, 88쪽)



이러한 냉소적인 시선을 통해 작가는 인간의 근본적인 행복의 조건이 무엇인가 냉정하게 질문한다.





기억 속의 책읽기―간통 같은 독서의 계보



이 소설집에서 우리가 또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통과의례처럼 거치는 등장인물들의 독서과정, 즉 텍스트나 모니터 혹은 담론을 포함하는 책읽기에 대해서다.

문학평론가 양윤의는 해설에서 보르헤스가 “가장 세련된 형태의 간통”이라고 부른 각주 붙이기식 독서방식을 통해 박현욱 소설에서 언급되는 이러한 독서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그것은 다시 말해 책읽기의 과정에서 이전에 읽었던 여러 가지 독서의 감정들을 불러내고 그것들을 서로 대화시키는 다방면적 독서법을 말한다.



‘간통 같은 독서’는 수많은 러브스토리와 스캔들을, 그리고 수많은 ‘의미의 사생아’들을 낳겠지만, 무엇보다 “이방인들을 만나는” 이질적인 경험을 각인시킨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또한 이는 고정된 독서목록이나 해석의 카드를 찢어버리는 해체적 독서법이다. 그러한 독해의 위력은 갑작스럽게 안으로 파고들어온 외부의 힘과 돌진하는 내부의 힘의 마주침, 그를 통한 ‘깨어남’이다. ‘깨어남’은 다소 폭력적인 충격을 동반하지만 그것은 인식적 전환을 요구하여 세계의 또다른 지평을 열 수 있다.(해설 「‘간통 같은’ 독서의 계보」, 249쪽)





이러한 책읽기는 「벽」「연체」「해피버스데이」 등의 작품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80년대에 나왔던 학원사의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중 프루스트가 있었다. 지금 봐도 제목 하나만큼은 근사해 보이니 갓 스물에는 얼마나 근사해 보였겠는가. 오직 그 때문에 사 읽었다.

이 책이 내 책장에서 사라진 지 꽤 오래되었다. 누군가 빌려간 뒤 돌려받지 못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집에 오는 친구들 중에는 소설에 관심이 있는 친구가 거의 없는데 누가 빌려간 것인지 매우 궁금하다.(「벽」, 56~57쪽)



내가 『자본론』이 출판되었다고 좋아했을 때 그녀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완역본 전권을 다 샀다며 기뻐했다. (…) 우리가 같이 읽은 책이라면 두세 권의 『창작과비평』 정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창작과비평』에 실린 사회과학 논문들만 읽었고, 아내는 그 논문들만 빼놓고 읽었다.(「연체」, 136쪽)



필주네 집에는 (…) 〈소년중앙〉이니 〈어깨동무〉니 하는 만화잡지들떵 많았습니다. 필주네 아버지는 신문사인지 잡지사인지 그런 만화잡지들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직장에 다닌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월말이면 만화잡지들을 많이 들고 온다고 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필주네 집에는 〈새소년 클로버문고〉도 거의 다 있었습니다. (「해피버스데이」, 159쪽)



책이 그저 사물이 아니라 각자의 기억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재창조되는 과정은 독자 자신이 스스로의 인식을 넘어 새로운 질서를 만나는 특별한 경험이다. 이 소설집에 수록된 여덟 편의 소설을 읽으면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자본론』 『창작과비평』『미국의 송어낚시』 〈소년중앙〉 〈어깨동무〉 등의 텍스트의 기억을 떠올리는 독자라면, 또는 그것에 얽힌 추억을 떠올려보는 독자라면 일찍이 없었던 ‘가장 세련된 형태의 간통’ 같은 독서를 즐겨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여자의 침대」

학원 강사인 여자가 살고 있는 스물두 평짜리 아파트는 그녀에게 유일한 안식처이다. 어느 날 그녀는 애인을 위해서 자신의 낡은 철제 침대를 버리고 더블침대를 구입한다. 그런데 새 침대가 집 안으로 들어온 후부터 그녀만의 공간이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이인용’ 침대가 만든 ‘여분의 공간’은 그녀의 세계 자체를 낯설게 만든다. “말했잖아. 침대가 너무 커서 불편하다고.”



「벽」

어느 해 추운 겨울날, ‘나’는 카페에 앉아 K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니, 나눈다는 말은 적절치 않다. ‘나’는 담벼락에 대고 혼자 떠들어대듯 K의 말에 아랑곳없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으니까. ‘나’의 이야기는 가까워지려야 가까워질 수 없었던 음악(클래식), 차남으로서 서러웠던 유년기, ‘나’의 독서 이력으로까지 장황히 이어지지만 툭툭 한두 마디씩 던지는 K와의 대화는 계속 어긋나면서 끊길 듯 위태롭다.

“성가대 지휘 선생님은 그나마 노래를 조금 하는 애들은 테너로, 영 안 되겠다 싶은 애들은 베이스로 나누었다. 나는 육 년 내내 부동의 베이스였다.”



「생명의 전화」

어느 월요일 아침, ‘나’는 출근길에 문득 몸이 허공에 붕 떠 있는 느낌을 받고 당혹감을 느낀다. 아닌 게 아니라 ‘나’는 실제로 땅에서 몇 센티 떠 있다. 채팅사이트에서 만난 ‘파니’라는 여자는 마음이 허하면 그렇게 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몸의 병은 다 마음의 병이에요. 마음이 비면 몸도 비게 되는 거예요. 몸이 비면 가벼워지잖아요. 점점 가벼워지다가 결국에는 떠오르게 되는 거죠.”



「이무기」

열아홉의 청년 강은 프로 바둑 기사 지망생이다. 강은 지금 열아홉의 나이에 인생의 마지막 대국이 될 수도 있는 바둑을 두고 있다. 그가 보기에 프로들의 세계는 ‘무한한 천상’의 세계이다. 그에 비해 자신은 오랜 세월 동안 용의 형상을 하고 있긴 하지만 영원히 하늘에 오를 수 없는 이무기다.

“힘들면 언제든 그만둬도 괜찮다. 너는 머리가 좋으니 지금부터 학교 공부에 전념하면 충분히 따라잡을 거야.”



「연체」

어느 날 아침, ‘나’는 시립도서관 사서의 전화를 받는다. 일 년 전에 대출해간 책을 반납하라는 것. 다섯 개의 상자 속 책들은 이젠 모두 너무도 낯설다. 네번째 박스를 열자 비로소 도서관 라벨이 붙은 책이 눈에 띈다. ??미국의 송어낚시??. 십 년간의 결혼생활 끝에 이혼한 아내가 좋아했던 책이다. 나는 이제껏 살아오면서 연체했던 것들을 하나 둘 떠올린다.

“뭐야, 이게. 늦어도 너무 늦었네.”



「해피버스데이」

천년만년 영원히 대통령일 것 같던 각하가 서거했다는 소식에 ‘나’는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다. 어른들은 조국과 민족의 장래에 대해 걱정하지만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친구들은 그 반응이 낯설고 이해할 수 없다. 소년들은 어딘가 다르고 높아 보이는 어른의 세계를 동경해 흉내내려 한다. 좋아하는 여자애에게도 ‘사랑스럽다’거나 ‘미안하다’ 식의 화해나 구애보다는 ‘어른스럽게’ 그리고 ‘남자답게’.

“왜 여자아이들 앞에 서기만 하면 입에서 나오는 말은 마음속의 말과는 영 다르게 나오는 걸까요. 국민학생일 때는 원래 다 그런 걸까요?”



「링 마이 벨」

아내와 다투고 대문을 소리나게 닫고 나오니 갈 데가 없다. 인생은 이런 식으로 꼬이기 시작하는 법이다. 어쩌자고 저 여자와 결혼한 걸까. 모든 것은 종소리, 그날의 종소리 때문이었다.

“귓가에 종소리 비슷한 게 들렸지. (…) 오르가즘? 마음이 평온하고 정신이 고요한데 오르가즘은 무슨. 하여튼 그때 결심했던 거야. 이 여자하고 결혼해야겠다.”



「그 사이」

아내가 집을 나갔다. 이틀이 가고 사흘이 지나도 전화 한 통 없다. 그 사이 ‘나’는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결혼할 때 70kg였던 체중을 이십대 때의 60kg대로 줄이는 게 목표다. 그때는 모든 것이 뚜렷했다. 옳고 그름이 명확했고 의지대로 삶을 끌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러닝머신과 훌라후프는 복부지방으로 축적된 세월의 때를 벗겨줄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살이 빠졌다. 살이 빠질수록 아내에 대한 원망이 커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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