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우의 로맨스 소설 『로브 드 마리에 (robe de marie)』 제 2권.
“우리 비하고 인연이 많은 것 같아요.”
진원의 말에 시현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런가요?”
그를 만날 때 비가 내린 적이 있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없다.
“왜, 새벽에 길에서 만났을 때요, 그때도 비가 온 직후였거든요.”
“아…… 그리고요?”
“네?”
“그때 말고 또 언제냐고요. 전 기억이 없는데.”
시현의 물음에 진원이 눈동자를 치켜뜨며 생각에 잠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생각이 날 리가 없었다. 비 오는 날 만난 건 그날이 유일했으니까.
“언젠가는 또 있겠죠. 앞으로 우리 만나는 동안 비 오는 날이 얼마나 많겠어요, 안 그래요?”
시현이 빤히 바라보자 진원이 어깨를 으쓱한다. 그 모습에 시현이 피식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시현의 미소에 진원도 마냥 즐겁다는 듯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