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우의 로맨스 소설 『로브 드 마리에 (robe de marie)』 제 1권.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올라올 만큼 싫어하는 담배에까지 의지해 웃어보려 했던 여자, 제 감정 스스로 다스리지 못하고 잠결에 나와 맨발 차림으로 거리를 떠도는 여자, 그런 여자에게 아픔이 있는 건 아닐까, 불행한 게 아닐까란 추측 정도는 누구라도 할 수 있어요. 그런 저를 볼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고 신경이 쓰였던 것도 당연하고요. 그런데 이제 제 사연을 대강 들었으니 아마 앞으로는 더 제가 불쌍하게 느껴질 거고, 아프고 외로워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더더욱 신경이 쓰이실 거예요.”
“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하지만 그런 마음, 절대 착각하지 마세요. 그런 마음을 사랑이나 운명쯤으로 착각한다면…… 지하철에서 구걸하던 장애인에게 전 돈을 내밀 게 아니라 결혼하자고 덤볐겠죠.”
기어이 눈물이 떨어졌다. 시현이 재빨리 뒤를 돌아 눈물을 훔쳐 내고는 진원을 돌아본다.
“자! 이제 충분히 설명이 됐죠? 절 붙들 필요, 더 이상은 없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