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만나다
누구나 시인이고 싶은 시간이 있다.
그것이 먼 과거이든 아니면 가까운 것이든 간에 시인이고 싶은 시간이 있다.
시를 만난다는 것, 시를 사랑한다는 것, 시를 그리워한다는 것.
누구나 가는 길이지만 누구도 같을 수 없는 이 길에서 시를 만나고 있다.
섬을 떠나서는 살 수 없을 것 같은 한 시인의 삶을 통해 먼 과거로 때로는 우리 역사의 전환기에 있었던 곳으로, 지금 바로 우리가 서 있는 현재의 시간에서 시를 만나고 있다.
섬의 고독에서 만나는 황진이
시에는 시가 그리워하는 대상이 있다.
고독 속에 한 여인이 있기를 바라는 것은 시 쓰는 사람만이 아니다.
나는 그런 여인과 사랑을 속삭이듯 ‘그 사람 내게로 오네’를 썼다.
시인은 시인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고독과 그리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리고 긴 여정을 통해 만난 황진이에 대한 연민과 기다림, 그리움, 만남과 이별을 80여 편의 연작시로 그려내고 있다.
이 연작시를 통해서 만나는 것은 비단 사랑만이 아니다.
시인의 삶에서 우러나는, 섬이라는 것에서 묻어나는 고독에 대한 정서를오래 전 황진이가 그랬듯이사람의 근원적인 모습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는 것에 있다. 또한 황진이가 가질 수밖에 없었던 번민, 슬픔에 대한 恨의 정서를 조심스레 노래하고 있다.